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러나라 문화

🫅🏼강화도 전등사에 어린왕자가 있어요?– 고즈넉한 사찰과 현대 예술이 만나는 순간

by crustacean25 2025. 5. 13.

사찰의 꽃-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연등-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전등사에 어린 왕자가 있어요?

네, 강화도 전등사에는 실제로 어린왕자가 있습니다.

어린왕자 조각상-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고려시대의 유서 깊은 사찰이자, 조용한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전등사는 강화도의 천년고찰이라는 역사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조각 작가인 이영섭의 ‘발굴조각’이라는 독특한 예술 세계를 수용하며, 사찰의 기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등사에는 부처님도 계셨고, 어린 왕자도 있었다.

– 사찰에서 만난 조각 이야기

전등사와 어린왕자-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프롤로그

전등사에 갔던 날, 나는 부처님의 미소보다 먼저, 마당 한켠에 서 있는 어린왕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우리 아들, 딸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속의 주인공, 어린 왕자가 사찰의 풍경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듯, 고요 속에 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넌 뭘 보고 있니?” 나는 그렇게 속으로 물었고, 그날 하루, 전등사에서의 시간은 질문과 침묵이 교차하는 작은 사색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조각과의 첫 만남 – ‘왜 여기에 어린왕자가 있을까?’

어린 왕자-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전등사는 인천 강화도에 자리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무와 바람, 그리고 고요한 기와지붕들이 우리를 반깁니다.전등사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멈춰섭니다. 불교 사찰에 웬 어린왕자? 많은 이들이 품는 이 질문은, 사실 ‘이야기’의 시작이 됩니다. 그 고즈넉한 경내에, 앙증맞은 왕자와 장미, 비행사, 그리고 조용히 책을 읽는 소녀와 같은 현대적 조각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다소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따라 걷다 보니, 전등사라는 공간이 단지 전통과 역사의 무게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각들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는 지금 여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 “눈앞의 이 고요는 너의 것이 될 수 있을까?” 전등사는 더 이상 과거만을 기억하는 장소가 아닌, 현재의 감성과 예술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기 위해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왕자 조각상은 관세음보살상 옆, 낮은 벤치 위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앞을 바라보며, 현대인의 마음속 깊은 허전함과 동심을 건드리는 존재입니다. 마치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을 되뇌듯.


🧑‍🎨 이영섭 작가와 ‘발굴조각’이라는 이야기

이 조각의 작가는 '이영섭'. 그는 “발굴조각”이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각가입니다. 발굴조각이란, 흙 위에 드로잉을 하고 유리 파편, 도자기 조각, 자개, 천연석 등을 배치한 뒤 흙을 다시 덮습니다. 그리고 시간 속에 묻은 그 조각을 나중에 ‘발굴’하는 형식으로 완성됩니다. 이영섭 작가는 흙을 쌓고 깎는 방식을 통해 시간이 묻은 듯한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이 조각들은 이영섭 작가의 ‘발굴조각’ 시리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마치 땅속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지나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듯한 질감과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유물처럼 갈라진 표면과 불완전한 실루엣은, 마치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듯합니다. 이영섭 작가는 전통적인 공간 안에 현대적 조각을 배치함으로써, 시간을 넘나드는 대화를 시도합니다. 어린왕자의 순수함, 장미의 외로움, 침묵 속의 철학이, 불교의 무욕과 공(空)의 개념과 겹쳐지며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는 인간 내면과 존재의 의미를 조형으로 탐구하며, 단순히 불교적인 형상뿐 아니라 '어린왕자' 같은 보편적 인간성의 상징을 통해 관람객과 대화합니다. 그의 작업은 의도와 우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게 만듭니다. 그는 말합니다: “어린왕자는 시대를 초월해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존재입니다. 이 조각이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전통 사찰과 현대 예술의 만남 – 전등사의 철학

전등사-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전통을 지켜온 전등사가 현대 예술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주지 여암 스님의 열린 철학이 있습니다. 그는 어린왕자 조각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이에게는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사유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린왕자는 종교적 상징이 아니라 감성적 상징입니다. ” 불교의 정신은 자비와 공감, 그리고 깨달음입니다. 어린왕자는 이 사찰에서 그 정신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상징이 된 셈입니다. 사찰이란 본디 수행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현대 조각은 무겁지 않게, 오히려 사색을 유도하는 감각의 도구로 존재합니다. 불상을 보며 공경의 마음을 다지는 것과 달리, 어린왕자를 보며 우리는 질문을 시작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이 조용한 공간에서 나의 마음은 얼마나 고요한가?” 현대 예술은 그렇게 사찰을 박물관이 아닌, 살아 있는 철학의 장소로 바꾸어 놓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교 사찰은 원래도 인간의 고통, 삶과 죽음, 존재의 질문에 답하려는 공간입니다. 조각상은 그러한 질문에 현대적인 언어로 다가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울창한 숲과 고요한 절 마당에 놓인 조각들은 경건함과 동심, 묵상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 마무리 – 현재를 품는 공간으로서의 사찰

 

전등사는 이제 단순한 사찰이 아닙니다. 이곳은 시간과 예술이 공존하는 감성의 공간입니다. 누구든 어린왕자 앞에 앉아 잠시 사색할 수 있고, 현대 조각과 전통 불상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은 자연스럽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전등사에서의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다시 한 번 그 작은 어린왕자의 조각 앞에 섰습니다. 낡은 듯한 표면, 닳은 듯한 손끝. 하지만 그 자리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햇살을 받고 있었습니다. “사찰은 더 이상 과거의 기억만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의 감성과 사유를 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돌아오는 길, 마음은 조용히 비워졌고, 그 안에 부처님도, 어린왕자도, 그리고 나의 사소한 물음 하나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전등사의 고요함과 어린왕자의 침묵은,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의 문을 조용히 열어줍니다. 그 문 안에서, 당신의 이야기도 시작 되기를. 이곳에서의 경험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 여행 및 전시정보

전등사의 어린왕자-사진
이미지 출처:블로그 운영자 촬영

  • 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 관람 시간: 2025년 4월22부터 연중무휴 (오전 9시 – 오후 5시 권장)
  • 추천 계절: 봄, 가을
  • 준비물: 편한 신발, 감성적인 마음, 그리고 사진기
  • 전시장소: 강화 전등사 경내
  • 주제: 어린 왕자
  • 작가: 이영섭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