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오면 김치가 익는다
80이 넘으신 엄마는 여전히 김치를 담그십니다.
겨울이면 김장 김치를,
봄이면 봄동과 오이소박이를,
여름에는 열무김치와 얼갈이김치를.
어제도 두 박스나 되는 열무와 얼갈이를 꺼내 놓고
말없이, 익숙하게, 김치를 담그셨습니다.
그 손길은 느릿하지만 여전했고,
그 정성은 배가 되었습니다.
김치로 이어지는 삶의 순환
엄마에게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그건 사랑의 언어이자 생의 리듬입니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고,
하루 종일 베란다에서 왔다갔다 하시는 그 모습을 볼 때면
우리는 깨닫습니다.
그 손끝에서 가족이 자라고, 계절이 익어간다는 것을요.
봄의 끝에서는
살짝 아삭한 봄동김치가 입맛을 깨웁니다.
특히 여름이면
새콤하고 시원한 열무김치가 밥상을 살리고,
시원한 오이지는 입맛없는 더운 여름
저의 최애 반찬 입니다.
엄마의 김치는 단 한 번도 레시피를 적은 적 없지만
그 손맛은 해마다 변함없이 정직합니다.
김치는 엄마의 시간이다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챙겨야 할 때인데
엄마는 여전히 우리를 김치로 챙기십니다.
삶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도,
엄마의 김치는 그대로입니다.
김치는 엄마의 인생이며,
그 시간은 김치 항아리 속에서 천천히 익습니다.
사랑이란, 결국 이렇게
매일의 반찬처럼
소박하지만 지극한 마음 아닐까요.
요즘 엄마는 자꾸 간을 못 맞추겠다고 하십니다.
몸만 늙은게 아니라 입맛도 늙었다고
그 말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엄마 김치 오래오래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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